[자책하지마 22화] 미안하다는 말, 그 한마디가 어려웠다

나이가 들수록, 사과는 더 무거운 돌이 된다. 지난번 날을 세웠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 한마디가 목에 걸려 안 나왔다. 이 나이에 먼저 미안하다 하는 게, 어쩐지 지는 것 같았다. 자식한테도 끝내 못 했던 그 말들이 떠올랐다. 먼저 손 내미는 일이 그렇게 어려웠던 건, 어쩌면 우리 세대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면한테 … 더 읽기

[자책하지마 21화] 화면 앞에서 작아지는 그를 보며, 옛날의 나를 봤다

사람은, 자기가 겪어본 두려움 앞에서야 비로소 다정해진다. 다음 모임. 김 영감님은 또 헤맸다. 그런데 이번엔 그 굽은 어깨가, 떨리는 손가락이 다르게 보였다. 키오스크 앞에서 식은땀 흘리던 나, 안내문 앞에서 작아지던 나 — 김 영감님은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였다. 우리는 모두, 한때 누군가의 서툰 모습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옆에 바짝 앉았다. “천천히 하세요. 저도 … 더 읽기

[자책하지마 20화] 가르치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답답함은, 가까운 사이에서 더 크게 터진다. 모임의 김 영감님. 일흔이 넘었고 고집도 세다. 같은 화면을 열 번을 설명해도 다음 주면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니, 지난번에 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말끝이 날카로워졌다. 김 영감님 얼굴이 굳었다. 자식에게 같은 걸 물었다가 핀잔 들어본 부모라면, 그 굳은 얼굴을 안다. 집에 와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나는 자식들이 “엄마, 또 까먹었어?” 할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9화] 주민센터 ‘AI 배우기’ 모임에 가다

혼자 배운 길은, 함께 가면 더 멀리 간다고 했다. 주민센터 게시판에 붙은 종이 한 장. ‘어르신 스마트폰·AI 배우기, 매주 화요일.’ 망설이다 발을 들였다. 둥글게 모여 앉은 또래들. 누구는 돋보기를 두 개씩 들고, 누구는 자식이 적어준 쪽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방의 풍경은, 어느 경로당에서 본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래도 몇 가지를 먼저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8화] 오늘 뭐 입지 — 날씨·건강 물어보고 하루 채비하기

아침마다, 창밖을 보며 망설인다. 무릎이 시큰하면 비가 오려나, 하늘이 뿌여면 나가도 되려나. 일기예보는 빠르게 지나가고, 건강 얘기는 어려운 말투성이다. 그날그날 몸 챙기는 일이, 나이 들수록 더 조심스럽다. 전화 끝에 늘 “밥 잘 챙겨 먹어라” 하던 부모의 말이, 실은 당신부터 챙기지 못한 말이었음을. 이제 아침마다 화면한테 묻는다. “오늘 날씨 어때? 미세먼지는? 나이 든 사람 나가도 괜찮아?”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7화] 이 뉴스 진짜야? — 가짜뉴스·헛소문 가려읽기

무서운 이야기일수록, 빨리 믿고 빨리 퍼뜨리게 된다. 단톡방에 도는 글들. “이거 먹으면 큰일 난다”, “내일부터 이게 바뀐다더라.” 친구가 보냈으니 진짜 같고, 안 알리면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또 퍼 나른다. 그러다 가끔, 그게 다 헛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안다. 걱정되는 마음에 이것저것 보내오던 부모의 메시지를, 자식은 웃으며 받았을 것이다. 그 마음이 다 사랑이라는 걸 알기에. 이젠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6화] 은행 안 가고 — 비대면 거래, 겁내되 멈추지 않기

돈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 더 겁이 난다. 은행 가는 길은 멀고, 번호표 뽑아 한참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 자식은 “폰으로 보내면 되잖아” 하지만, 돈이 걸린 일이라 손이 더 떨린다. 잘못 보내면, 한 번 누르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창구 앞에서 통장을 꼭 쥐고 있던 부모의 손을, 자식은 기억한다. 그래서 더 천천히, 화면한테 물어가며 했다. “이체하기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5화] 배달앱, 처음 시켜본 날

다 큰 어른이, 밥 한 끼 시키는 게 겁이 났다. 비 오는 날, 나가기 싫은데 냉장고는 비었다. 자식들은 “배달앱으로 시켜” 하지만, 그 안은 또 미로 같다. 주소는 어떻게 넣고, 결제는 어떻게 하고, 잘못 시키면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혼자 끼니를 대충 때우는 부모를 떠올리면, 자식은 늘 마음이 쓰인다. 화면한테 물었다. “배달앱에서 음식 시키는 순서 알려줘.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4화] 손이 느려도 괜찮아 — 말로 메모하고 알람 맞추기

손이 느려진 만큼, 잊는 것도 빨라졌다. 가스 불 끄는 걸 깜빡하고, 약 먹을 시간을 놓치고, 좋은 생각은 적기도 전에 사라진다. 글자 치는 건 느리고, 받아 적자니 답답하다. 메모지는 늘 손이 닿지 않는 데 있다. 냉장고에 붙은 부모의 삐뚤빼뚤한 메모를 기억하는 자식이 있을 것이다. 화면한테 말로 시켜봤다. “오후 세 시에 약 먹으라고 알람 맞춰줘.” “장 볼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3화] 이게 뭐였더라 — 사진으로 물건·꽃 찾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자꾸 늘어간다. 길가에 핀 꽃, 손주가 사달라던 장난감, 어디서 본 듯한 약통. 분명 아는데 이름이 입가에서만 맴돈다. 나이 탓인가 싶어 쓸쓸했다. 말끝이 자주 흐려지는 부모를 보며 가슴 한쪽이 내려앉아본 자식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사진을 찍어 화면에 물었다. “이거 무슨 꽃이야?” “이 장난감 이름이랑 어디서 파는지 알려줘.” 이름이 돌아오고, 살 곳까지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