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느려진 만큼, 잊는 것도 빨라졌다.
가스 불 끄는 걸 깜빡하고, 약 먹을 시간을 놓치고, 좋은 생각은 적기도 전에 사라진다. 글자 치는 건 느리고, 받아 적자니 답답하다. 메모지는 늘 손이 닿지 않는 데 있다.
냉장고에 붙은 부모의 삐뚤빼뚤한 메모를 기억하는 자식이 있을 것이다.
화면한테 말로 시켜봤다. “오후 세 시에 약 먹으라고 알람 맞춰줘.” “장 볼 거 메모해줘 — 두부, 콩나물, 사과.” 손가락 대신 입으로 했더니, 그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제 좋은 생각이 나면 그냥 말한다. 잊어버릴까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손이 느려진 만큼 잊는 것도 빨라졌지만 — 이제, 말 한마디면 대신 기억해준다.
오늘의 한 줄 — “○○ 알람 맞춰줘”, “메모해줘”를 말로 시켜보세요.
다음 화: 배달앱, 처음 시켜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