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8화] 긴 글·약관이 무서울 때 — 한 줄로 줄이는 법

긴 글은, 시작도 전에 사람을 지치게 한다. 보험 안내서, 휴대폰 약정서, ‘동의하십니까’ 아래 깨알같이 박힌 약관 수십 장. 다 읽자니 끝이 없고, 안 읽고 누르자니 어딘가 손해 볼 것만 같다. 그동안 나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동의’를 눌러왔다. 무얼 약속하는지도 모른 채, 늘 조금씩 지는 기분으로. 작은 글씨 앞에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도장을 찍던 부모의 … 더 읽기

[자책하지마 7화] 외국 메뉴·외국어, 사진 한 장이면 끝

세상은 넓어졌는데, 나는 글자 앞에서 자꾸 멈춰 선다. 손주가 데려간 식당, 메뉴판이 온통 영어다. 파스타 이름은 어쩌면 그리 긴지. 손주 앞에서 “아무거나” 하기도 멋쩍어, 나는 메뉴판을 든 채 괜히 안경만 고쳐 썼다. 외국 약통, 수입 과자 봉지, 가끔 날아드는 영어 안내문 — 다 그랬다. 읽고 싶은데 못 읽는 답답함은, 생각보다 사람을 외롭게 한다. 글자 앞에서 … 더 읽기

[자책하지마 6화] 약 봉투가 어려울 때 (단, 최종 확인은 약사·의사에게)

몸이 아플수록, 글씨는 더 작아 보인다. 약국에서 받아 든 봉투. “1일 3회 식후 30분, 졸음 유발 가능, 타 약물과 병용 주의.” 작은 글씨에 어려운 말까지 겹쳐 있다. 언제 먹으라는 건지, 한 번에 몇 알인지 자꾸 헷갈린다. 나이가 들수록 약은 늘어만 가는데, 봉투는 해마다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약을 한 움큼 손에 올려두고 물끄러미 바라본 적, … 더 읽기

[자책하지마 5화] “이거 진짜야?” — 나를 노리는 사기 문자, 전화 구별하기

모르면, 속는다. 나이 들수록 그게 제일 무섭다. 문자가 왔다. “[택배] 주소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확인 요망.” 낯선 주소가 매달려 있다. 나는 택배를 시킨 적이 있던가. 또 어떤 밤엔 “엄마, 나 폰이 고장 나서…” 그 한 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식 일이라면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게 부모라서, 그 마음을 노리는 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뉴스 속 … 더 읽기

[자책하지마 4화] 손주·가족 사진 정리, 이렇게 쉬웠어?

사진은 쌓이는데, 추억은 자꾸 그 아래 묻힌다. 사진첩에 사진이 만 장을 넘었다. 손주 백일, 첫걸음, 지난 설의 둘러앉은 얼굴들 — 분명 그 안 어딘가에 다 있는데, 정작 찾으려 들면 손가락만 한참을 헤맨다. 흐릿하게 흔들린 사진, 똑같은 장면이 열 장씩. 지우자니 그중에 소중한 한 장이 섞여 사라질까 겁이 나서, 결국 또 그대로 둔다. 자식들은 모를 것이다. … 더 읽기

[자책하지마 3화] 병원·관공서 안내문, 무슨 말인지 모를 때 — 사진 한 장이면 됩니다

작은 글씨 앞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병원에서 받아 든 종이 한 장. “수납 후 3번 창구에서 처방전 수령, 익일 재방문 시 보험 적용.” 분명 우리말인데, 우리말 같지가 않다. 돋보기를 고쳐 써도 단어 사이가 자꾸 미끄러진다. 젊은 직원에게 다시 묻자니 뒤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등에 닿는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구비서류’, ‘기한 내 미제출 … 더 읽기

[자책하지마 2화] 키오스크가 무섭다면, 가기 전에 ‘예습’하고 가세요

겁이 나는 건, 못나서가 아니라 처음이라서다. 지난번 카페에서 키오스크와 한판 붙은 뒤로,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다음엔 당황하지 말자고. 그런데 막상 새 가게에 가면 화면 생김새가 다 다르다. 햄버거집, 분식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버튼 위치도 글자도 제각각이다. “아니, 왜 다들 다르게 만들어 놓은 거야.” 결국 또 식은땀. 예순다섯. 이제 와 새삼 깨닫는다. 나는 ‘몰라서’ 무서운 … 더 읽기

[자책하지마 1화] “이 나이에 무슨”… 그 말, 오늘부로 그만두기로 했다

키오스크 앞에서 나는, 또 작아졌다. 아메리카노 한 잔. 그게 뭐라고. 화면은 자꾸 “다음”을 누르라는데, 손가락은 허공에서 길을 잃는다. 뒤에 선 줄이 세 명, 네 명. 결국 알바생이 다가와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다. 그 친절이 오늘따라 더 부끄러워서, 나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컵을 받아 도망치듯 나왔다. 올해 예순둘. 평생을 바쁘게만 살았다. 새벽같이 나가 일하고, 아이들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