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가 길을 열자, 길은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상담사는 내 빚이 갚을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걸 보고, 법원의 개인회생을 권했다. 소득에서 최소 생계비를 빼고 보통 3년 동안 정해진 만큼 갚으면, 남은 빚은 면책되는 제도. 변호사 비용이 걱정이라고 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에서 무료로 도와준다고 알려줬다. 정말이었다. 나는 거기서 서류를 챙겨 회생을 신청했다.
당장의 생계도 막막했다. 그건 긴급복지지원과 복지로(bokjiro.go.kr)가 받쳐줬다. 받을 수 있는 복지를 검색하니 내가 몰랐던 제도가 줄줄이 나왔다. 처음 주민센터에 갔던 날, 솔직히 창피했다. 번호표를 들고 앉아 있는 내가 초라했다. 그런데 창구의 직원은 무덤덤하게, 그러나 친절하게 서류를 챙겨줬다. “이런 거 신청하러 오시는 분들, 정말 많아요.” 그 한마디에 어깨의 힘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가장 아픈 곳도 마주했다. 내 빚의 뿌리는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밤마다 후원으로 쏟아붓던 습관이었다.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쉼센터(1599-0075), 도박처럼 멈출 수 없는 지출 문제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에서 상담받을 수 있었다.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내 문제를 ‘의지 부족’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일’로 부를 수 있었다.
창피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창피함은 잠깐이었고, 도움은 실제였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손 내미는 일은 지는 게 아니라, 다시 서는 방법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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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줄. 도움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부끄러움은 잠깐, 회복은 오래 가요.
다음 화: 나는 다시, 배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