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보겠어 9화] 나는 다시 배우기로 했다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을 갚기 시작했다. 액수는 작았지만, 통장에 처음으로 ‘계획’이라는 게 생겼다.

낮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문제였다. 빈 시간은 늘 나를 다시 화면 앞으로 데려갔으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배우기로 했다. 고용센터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약간의 수당을 받으며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국민내일배움카드로는 배우고 싶던 기술의 수강료를 지원받았다. (고용24, work24.go.kr) 새 기술을 배우는 강의실에서, 나는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에 ‘학생’으로 앉아 있었다.

자조모임에도 나갔다. 처음엔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안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둥글게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저는 오늘로 후원 안 한 지 백 일째예요.”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예전에 화면 속에서 별을 쏠 때 듣던 박수와는 전혀 다른 박수였다. 그건 나를 비워가는 박수가 아니라, 나를 채워주는 박수였다.

집에 와 거울을 봤다. 오랜만에 내 얼굴을 똑바로 봤다. 살이 빠지고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눈빛이 조금 달랐다. 죽어 있던 자리에 작은 불씨 같은 게 켜져 있었다. 나는 그 얼굴에 대고 처음으로, 어색하게 웃어봤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여전히 반쪽짜리 형광등이었다. 그런데 그 어슴푸레한 빛이, 이상하게 그날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한 줄. 회복은 거창한 도약이 아니에요. 정해진 날 조금씩 갚고, 강의실에 앉고, 모임에 나가는 — 작고 반복되는 용기예요.

다음 화: 빛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