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10화] 이제 뭐든 “일단 물어보면 돼요” — 그리고 다음 이야기

처음 그날, 키오스크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었다.

그게 불과 얼마 전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나. 그 뒤로 나는 키오스크를 미리 연습하고, 안내문을 사진으로 풀고, 사기 문자를 가려내고, 약 봉투를 읽고, 메뉴를 옮기고, 약관을 줄이고, 가계부까지 시작했다. 돌아보면 대단한 걸 배운 게 아니다. 그저 ‘모르면 물어본다’, 그 한 가지를 손에 쥐었을 뿐이다.

예순다섯.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물어보면 되는 일이라는 걸. 자식 눈치를 볼 일도, ‘이 나이에 무슨’ 하고 주저앉을 일도 아니라는 걸.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예전의 나처럼 어느 화면 앞에서 작아져 있다면 — 부디 자책하지 마시라. 늦은 사람은 없다. 당신에게도 시간은 아직 넉넉히 남았고, 이제 곁엔 물어볼 데가 생겼으니. 그리고 혹 이 글에서 당신 부모의 뒷모습을 보았다면, 오늘 한 번, 안부를 물어드리시길.

처음 그날, 키오스크 앞에서 나는 작아졌었다 — 오늘은, 그 앞을 천천히 웃으며 지나간다.

오늘의 한 줄 — 세상 모든 ‘처음’ 앞에서, 일단 물어보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다음 이야기 — 시즌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