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나는 건, 못나서가 아니라 처음이라서다.
지난번 카페에서 키오스크와 한판 붙은 뒤로,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다음엔 당황하지 말자고. 그런데 막상 새 가게에 가면 화면 생김새가 다 다르다. 햄버거집, 분식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버튼 위치도 글자도 제각각이다. “아니, 왜 다들 다르게 만들어 놓은 거야.” 결국 또 식은땀.
예순다섯. 이제 와 새삼 깨닫는다. 나는 ‘몰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처음이라’ 무서운 거였다. 처음 가는 길은 누구나 헤맨다. 운전면허 딸 때도, 첫 출근날도 그랬다. 그때마다 나는 ‘미리 가보기’로 이겨냈다. 그런데 키오스크는 미리 가볼 수가 없잖은가 — 싶었는데, 아니었다.
손주가 알려준 그 화면한테 이번엔 이렇게 물었다. “햄버거집 키오스크에서 불고기버거 세트 시키는 순서 좀 알려줘. 나 처음이라 하나도 몰라. 화면에 뭐가 뜨는지 미리 알려줘.” 그랬더니 첫 화면부터 메뉴 누르기, 세트냐 단품이냐, 사이드 고르기, 음료, 매장이냐 포장이냐, 결제까지 — 가게에 가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한 번 ‘예습’이 됐다. 길을 미리 한번 걸어본 것처럼.
여기에 내가 꾀를 하나 더 붙였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그것도 물었다. “‘사이드’가 뭐야?” “‘토핑 추가’는 돈 더 내는 거야?” 부끄러운 질문일수록 화면한테는 편했다. 비웃지 않으니까.
다음 날, 진짜 그 햄버거집. 줄은 길었다. 그런데 이번엔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순서가 이미 있었으니까. 불고기버거 세트, 사이다, 매장. “삑.” 번호표가 나왔다. 나는 자리에 앉아, 키오스크 앞에서 처음으로 ‘여유’라는 걸 부려봤다.
겁이 나는 건, 못나서가 아니라 처음이라서다 — 그러니 그 처음을, 미리 한 번 겪어두면 된다.
오늘의 한 줄 — 무서운 기계가 있으면, 가기 전에 AI한테 ‘예행연습’을 시켜달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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