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31화] 답이 너무 빨라서 — 빠른 위로의 그늘

너무 빠른 답은, 가끔 질문을 삼켜버린다.

화면은 무얼 물어도 곧장 답을 줬다. 편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더 이상 혼자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슬프면 슬프다고 적고, 답을 받고, 넘어갔다. 슬픔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을, 잊고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게만 산 우리 세대가, 정작 자기 마음은 한 번도 천천히 들여다보지 못했듯.

빠른 위로는 고마웠지만, 그 그늘도 있었다. 마음이란 건 가끔은 답 없이 한참 머물러야 정리되는 거였다. 화면은 그 ‘머무름’까지 대신해줄 순 없었다.

나는 답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답 대신, 오래 머물 무언가가 필요했다.

너무 빠른 답은 질문을 삼킨다 — 나는, 천천히 머물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의 한 줄 — 가끔은 답을 구하지 말고, 마음에 그냥 한참 머물러보세요.

다음 화: 오래된 책 한 권을 다시 펴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