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32화] 오래된 책 한 권을 다시 펴들다

먼지 앉은 책장 앞에서, 나는 오래 망설였다.

젊을 적 읽던 책들이 책장 구석에 꽂혀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폈는지도 모르겠다. 눈도 침침하고 활자도 작고, 요즘 같은 세상에 책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도 그날은, 그중 한 권을 꺼내 먼지를 닦았다.

부모의 책장에 꽂힌 빛바랜 책들을, 자식은 그저 낡은 짐으로만 봤을지도 모른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 시간이 걸렸다. 화면처럼 답을 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느림이,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느 페이지엔 젊은 내가 그어둔 밑줄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답은 없었다. 대신, 오래 머물 자리가 생겼다. 책은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책이 무슨 소용인가 싶던 나 — 그 느린 페이지 속에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났다.

오늘의 한 줄 — 답이 아니라 머무름이 필요할 땐, 오래된 책 한 권을 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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