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4화] 손주·가족 사진 정리, 이렇게 쉬웠어?
사진은 쌓이는데, 추억은 자꾸 그 아래 묻힌다. 사진첩에 사진이 만 장을 넘었다. 손주 백일, 첫걸음, 지난 설의 둘러앉은 얼굴들 — 분명 그 안 어딘가에 다 있는데, 정작 찾으려 들면 손가락만 한참을 헤맨다. 흐릿하게 흔들린 사진, 똑같은 장면이 열 장씩. 지우자니 그중에 소중한 한 장이 섞여 사라질까 겁이 나서, 결국 또 그대로 둔다. 자식들은 모를 것이다. … 더 읽기
사진은 쌓이는데, 추억은 자꾸 그 아래 묻힌다. 사진첩에 사진이 만 장을 넘었다. 손주 백일, 첫걸음, 지난 설의 둘러앉은 얼굴들 — 분명 그 안 어딘가에 다 있는데, 정작 찾으려 들면 손가락만 한참을 헤맨다. 흐릿하게 흔들린 사진, 똑같은 장면이 열 장씩. 지우자니 그중에 소중한 한 장이 섞여 사라질까 겁이 나서, 결국 또 그대로 둔다. 자식들은 모를 것이다. … 더 읽기
엄지손가락만 살아 있었다. 나머지 나는 다 꺼져 있는데, 그 작은 손가락 하나만 부지런히 화면을 밀어 올렸다. 십오 초짜리 영상들이 끝없이 떨어졌다. 누가 춤을 추고, 누가 울고, 누가 돈을 자랑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서른두 살. 자취방 천장의 형광등은 한쪽이 나가서, 켜면 절반만 밝았다. 나는 그 어스름한 빛 아래 누워 밤을 흘려보냈다. 회사에서는 … 더 읽기
작은 글씨 앞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병원에서 받아 든 종이 한 장. “수납 후 3번 창구에서 처방전 수령, 익일 재방문 시 보험 적용.” 분명 우리말인데, 우리말 같지가 않다. 돋보기를 고쳐 써도 단어 사이가 자꾸 미끄러진다. 젊은 직원에게 다시 묻자니 뒤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등에 닿는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구비서류’, ‘기한 내 미제출 … 더 읽기
겁이 나는 건, 못나서가 아니라 처음이라서다. 지난번 카페에서 키오스크와 한판 붙은 뒤로,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다음엔 당황하지 말자고. 그런데 막상 새 가게에 가면 화면 생김새가 다 다르다. 햄버거집, 분식집,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버튼 위치도 글자도 제각각이다. “아니, 왜 다들 다르게 만들어 놓은 거야.” 결국 또 식은땀. 예순다섯. 이제 와 새삼 깨닫는다. 나는 ‘몰라서’ 무서운 … 더 읽기
키오스크 앞에서 나는, 또 작아졌다. 아메리카노 한 잔. 그게 뭐라고. 화면은 자꾸 “다음”을 누르라는데, 손가락은 허공에서 길을 잃는다. 뒤에 선 줄이 세 명, 네 명. 결국 알바생이 다가와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다. 그 친절이 오늘따라 더 부끄러워서, 나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컵을 받아 도망치듯 나왔다. 올해 예순둘. 평생을 바쁘게만 살았다. 새벽같이 나가 일하고, 아이들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