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7화] 외국 메뉴·외국어, 사진 한 장이면 끝

세상은 넓어졌는데, 나는 글자 앞에서 자꾸 멈춰 선다.

손주가 데려간 식당, 메뉴판이 온통 영어다. 파스타 이름은 어쩌면 그리 긴지. 손주 앞에서 “아무거나” 하기도 멋쩍어, 나는 메뉴판을 든 채 괜히 안경만 고쳐 썼다. 외국 약통, 수입 과자 봉지, 가끔 날아드는 영어 안내문 — 다 그랬다. 읽고 싶은데 못 읽는 답답함은, 생각보다 사람을 외롭게 한다.

글자 앞에서 작아지는 그 마음을, 외국에 사는 자식을 둔 부모라면 더 잘 알 것이다.

메뉴판을 사진 찍어 화면에 보여줬다. “한국어로 번역해주고, 어떤 음식인지도 알려줘.” 메뉴가 한글로 쫙 펼쳐지고, “이건 토마토 소스 면 요리예요” 하는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메뉴를 ‘읽고’ 골랐다.

재미가 붙었다. 수입 과자 봉지도 찍어봤다. 성분도, ‘개봉 후 냉장 보관’이라는 안내도 그제야 보였다. 글자 앞에서 멈추지 않게 되니, 세상이 한 뼘쯤 넓어진 기분이었다.

세상은 넓어졌는데 나는 글자 앞에서 멈춰 섰다 — 이제, 사진 한 장이면 그 글자를 가만히 건너간다.

오늘의 한 줄 — 못 읽는 글자는 사진 찍어 “번역하고 쉽게 설명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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