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이 압류됐다는 문자를 받은 날, 나는 회사에 병가를 냈다. 그리고 다시 출근하지 않았다.
신용불량. 정확히는 금융채무 불이행자. 서류상의 그 이름표가 붙은 뒤로, 나는 사람을 피했다. 친구의 연락도, 엄마의 전화도, 다 무서웠다. 내 형편이 들킬까 봐. 한심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나는 커튼을 치고, 낮에도 불을 끄고, 배달 음식 봉지만 늘어가는 방에 나를 가뒀다.
은둔이라는 말은 거창하다. 그냥 나가는 게 무서웠을 뿐이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갔다. 출근하던 길의 사람들, 환하게 켜진 가게들, 그 모든 빛이 나만 빼고 켜져 있는 것 같았다.
밤이면 인터넷에 들어가 아무 데나 화풀이를 했다. 잘 사는 사람들의 글에 비아냥을 달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욕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작아서. 미워할 대상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었다.
가장 어두웠던 어느 밤, 나는 정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그 비슷한 자리에 있다면,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그 마음이 들 땐 혼자 두지 마세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는 24시간 가까이 누군가가 받아요. 부끄러운 전화가 아니에요. 그냥, 살아 있자는 전화예요.
나는 그날 밤, 끝내 전화를 걸진 못했다. 대신 습관처럼 인터넷 검색창에 한 문장을 쳤다. “나 같은 사람도 다시 살 수 있을까.”
오늘의 한 줄. 바닥에서도 손가락 하나는 움직여요. 그 손가락으로 누른 한 문장이, 다음 화의 시작이었어요.
다음 화: 나보다 더한 사람이,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