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마 9화] 영수증·메모로 가계부, 부담 없이 시작하기

돈은 늘,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진다.

연금으로 꾸리는 살림, 한 푼이 아쉽다. 가계부를 써보겠다고 공책을 샀다가, 사흘 만에 덮었다. 한 줄 한 줄 적는 일이 그렇게 고될 줄이야. 영수증은 지갑 속에서 구겨진 채, 쌓이기만 했다.

어머니의 손때 묻은 가계부 한 권을 기억하는 자식이라면, 이 마음을 알 것이다.

거창하게 말고, 아주 작게 시작했다. 영수증을 사진 찍어 화면에 줬다. “여기서 뭘 얼마에 샀는지 정리해줘.” 항목과 금액이 가지런한 표로 앉았다. 하루치 지출을 말로 불러주면 “오늘 식비 얼마, 교통비 얼마”로 묶어주기도 했다.

일주일을 모아 물었다. “이번 주엔 어디에 제일 많이 썼어?” 그 답 앞에서 나는 조금 머쓱했다. 별생각 없이 새던 돈이 적지 않았다. 적는 게 아니라 ‘물어보는’ 가계부 — 이거라면, 나도 오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진다 —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가만히 물어볼 수 있다.

오늘의 한 줄 — 영수증을 사진 찍어 “항목별로 정리해줘”부터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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