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번호는 진작 적어 두었다. 신용회복위원회 1600-5500. 서민금융 통합상담 1397. 그 열 자리를 누르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 누르면 내 한심함이 다 들통날 것 같았다. 모르는 상담사 앞에서 “제가 이렇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흘째 되던 낮,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더듬더듬, 처음으로 내 상황을 소리 내어 말했다. 카드빚이 얼마고, 불법 같은 곳에서도 빌렸고, 통장이 압류됐고… 말하다 울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혼내지 않았다. 한심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차분히 물었다. “연체된 지는 얼마나 됐어요?” 그리고 말했다. “도와드릴 수 있는 길이 있어요.”
그날 처음 알았다. 연체 정도에 따라 채무조정의 단계가 다르다는 걸. 30일 이하면 신속채무조정, 31~89일이면 프리워크아웃, 90일이 넘으면 개인워크아웃으로 이자를 줄이고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짠다는 걸. 그리고 이 상담은 전부 무료라는 걸. 어디선가 돈을 받고 “회생 대행”을 해주겠다는 곳들은,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무서웠던 한 통이, 생각보다 따뜻한 한 통이었다. 세상이 나를 버린 줄 알았는데, 누르기만 하면 받아주는 손이 거기 있었다.
(※ 제도·연락처는 바뀔 수 있으니 신용회복위원회·서민금융진흥원 공식 안내로 꼭 확인하세요.)
오늘의 한 줄. 가장 무서운 건 전화벨이 아니라, 내가 거는 첫 통화예요. 그런데 그 한 통이, 모든 걸 바꿔요.
다음 화: 도움은, 생각보다 많았다.